Bloghansangyou in # blurt • 11 hr. ago • 1 min read만약에---남 주 원(왕치초교 4학년)--- 내가 만약에 달팽이면 맨날맨날 학교 안 가고 놀 거다 엄마가 일어나라고 해도 자는 척해야지 그래도 만약에 가면 끝나고 집에 가서 또 놀 거다 놀다가 밥 먹고 잘 거다. (연인 가을호 중에서)hansangyou in # blurt • 1 day ago • 2 min read계절감---오 은--- 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땀이 흐르는데도 개는 가죽을 벗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땀이 흐르는데도 나는 외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어찌하지 않은 일 우리는 아직 껍질 안에 있다 뭔가 잡히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 손을…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그날이 멀지 않다---문 현 미--- 당신을 알고부터 무릎을 꿇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산비탈 지붕마다 어둠을 가르는 연기가 솟아오르면 떨리는 두 손으로 가랑잎 등잔에 불을 켭니다 드문드문 어린 평화를 실은 별들이 밝아오고 크고 작은 상처의 무덤에 빛이 들면 내게 주신 책을 펼칩니다 미리내에 말갛게 씻은 별 하나가 방금 길을 찾은 눈동자 속에서 상한 심지를 찾아내어 기워 줍니다 당신을 알고부터 캄캄한 울음을 약속처럼 그치고 목청껏 하늘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산그늘---이 상 국---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바람 부는 날의 시---김 기 택--- 바람이 분다 바람에 감전된 나뭇잎들이 온몸을 떨자 나무 가득 쏴아 쏴아아 파도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보자고 바람의 무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보자고 작고 여린 이파리들이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아당긴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아름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고운 날---고 정 국--- 고운 날 해질녘은 바다도 아이 같다 먼 데 뛰어놀다 제집처럼 찾아온 파도 사르르 내 발등에다 수평선을 부린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신비---홍 성 란--- 새가 울며 나는 건 기쁘기 때문이다 나무도 기뻐서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 내일은 무슨 일에 기쁠까, 무슨 일에 슬플까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들밥---손 준 호--- 들이 바쁘면 밥이 들로 갑니다 산비알 의성 댁 마늘밭에 6인분요 단비에 땅이 몰캉해져 마늘 뽑기 좋겠어요 품앗이고 놉이고 일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죠 이 골짝엔 논밭이나 사람이나 다 가엽지요 들에 나서 들에 늙었는데 어디로 가겠어요 삼창 식당은 재재 바르게 새참을 준비합니다 밥이 오는 동안 들판은 두루미 목을 하고 허기진 뭉게구름 고봉으로 모여서는 엄마 런닝구 목선 같은 밭두렁을 내려다봅니다 배달 오토바이 봇도랑길 보릉보릉 얼비치면 그제야 목장갑을 벗고요 엉덩이 방석 허리춤 달고 밭 머리 나와 흙신발로 그늘에 빙 둘러앉은 낡은 무릎들 파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쇄---정 일 근--- 바다는 무얼 저리 찍어내는가 파도, 파도 밀어가며 저리 찍어내는가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 다도해 꽃밭에 피워낸 섬, 섬, 섬들 등대 불빛 서너 움큼, 파도 소리 예닐곱 장 몰려갔다가 흩어지는 어린 물고기떼까지 빠짐없이 찍어내는 바다의 쇄 밀물에 한 쇄, 썰물에 두 쇄 쉬지 않고 찍어내는데 판판이 살아 있는 개정판 찍어내는데.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소나기---문 인 수--- 강원도 영월에 소나기재가 있다. 어린 단종이 청령포 들어가는 길에 이 고개에 이르자 마침 소나기를 만났다. 그로부터 소나기재가 되었다. 통곡의 원조, 소나기에도 이렇듯 그 발원지가 있구나, 생각하면서 나도 오늘 우연히 소나기 맞으며 소나기재를 넘었다. 빗길에 빗길에 소나기재를 넘는데, 누가 내 차에 하얗게 부서지면 올라타다가 눈앞을 가리며 막아서다가 그 슬픔 거네다 줄 배가 없는지 누가 이 땅, 하늘의 목젖 저 소나기재 꼭대기에 자욱하게 서려 서 있는 것 보았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주말 죽이기---한 상 유--- 눈부신 바람의 눈초리 뭉- 때리다, 낑낑대는 시츄 엄마 노란 리본을 맨 개의 똥자루나 쥐고 쪼그린 거기로 성큼 길어진 108동의 그림자 덤덤히 지날 때쯤 동난 무료함이 아쉬운지 주섬... 주섬 챙길 건 챙겨 편의점에 한 번 더 들을까, 걸 건너 순댓국집은 문을 열었을까 주절... 주절거리며 집으로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2 min read푸른 밤---나 희 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를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내 일생쯤 너에게---양 광 모--- 사무치다는 말 좋으다 사랑에 사무쳐 그리움에 사무쳐 뼛속 깊이 사무쳐 심장 깊이 사무쳐 내 일생쯤 너에게 사무쳐 살아보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여름밤---정 호 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 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가난한 사랑을 위한 시---이 정 하--- 내 너에게 해 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너만 볼 수 있다는 가난하기 때문에 나만 보여 줄 수 있다는 보잘것없는 변명 미안하다 그대여 가진 게 너무 없어서 눈물밖에 줄 수 없는 이내 사랑이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박 이 화--- 호박잎처럼 크고 넓은 기다림 위로 투다다닥 빗방울 건너 뛰어 오듯 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불볕 아래 시든 잎처럼 그 아래 지친 그늘처럼 맥없이 손목 떨구고 늘어졌던 내 그리움의 촉수들이 마침내 하나 둘 앞 다투어 눈 떠 사방 꽃무늬 벽지처럼 내 마음 안팍을 온통 분간 없이 휘감아 뻗고 예고 없이 들이친 소낙비의 행렬에 또 한바탕 젖는 잎, 잎들 전선이 젖고 그 선을 타고 오는 그의 목소리 열대어처럼 미끌한 물비늘로 젖어와 어느새 내 몸은 출렁출렁 심해로 열리고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2 min read면면함에 대하여---고 재 종--- 너 들어보았니 저 동구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보았니 다 청산하고 떠나버리는 마을에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소리 죽여 흐느끼던 소리 가지 팽팽히 후리던 소리 오늘은 그 푸르른 울음 모두 이파리 이파리에 내주어 저렇게 생생한 초록의 광휘를 저렇게 생생히 내뿜는데 앞들에서 모를 내다 허리 펴는 사람들 왜 저 나무 한참씩이나 쳐다보겠니 어디선가 북소리는 왜…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욕심---나 태 주---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덕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눈물---피 천 득---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 질 않아라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바다의 꿈---권 영 진--- 바다와 육지가 만나듯 만나기는 만난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아픔을 아는가 부딪치는 파도를 무심한 파도를 끌어안는 고통을 아는가. 끝내 바위는 은빛 모래가 되어 파도속을 자맥질하고 파도는 그 부드러운 가슴으로 어루만지는 비밀스런 그 만남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