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7 hours ago • 1 min read숲---정 희 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2 min read흐린 날에는---나 희 덕---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오늘 하루만---이 해 인--- 오늘 하루만 말을 적게 하고 오늘 하루만 욕심을 버리고 오늘 하루만 좀 더 느리게 걷고 오늘 하루만 덜 걱정하고 오늘 하루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늘 하루만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이 하루가 모여 내 생이 되고 내 영원이 되니 하루를 소홀히 하지 않게 하소서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2 min read먼 길---문 정 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나쁜 운명---정 현 종--- 이 세상은 나쁜 사람들이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야 불문가지) '좋은'사람들은 '지배'하고 싶어하지 않고 '지배'할 줄 모르며 그리하여 '지배'하지 않으니까. 따라서 '지배자'나 '지배행위'가 있는 한 이 세상의 불행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달이 없다---윤 준 식--- 요즘 달은 너무 멀리 뜬다 아파트 사이사이 서성댄다 요즘 달은 너무 창백하다 밝은 불빛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요즘 달은 찾기 어렵다 워낙 닮은 놈들 사이에서 내세울 게 없다 요즘 달은 달이 아니다 토끼란 놈이 도망간 이유다 요즘 달은 안 보인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섬---이 정 하--- 언제나 혼자였다 그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난 눈을 뜨기 싫었다 이렇게 어디로 휩쓸려 가는가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맨드라미 정원---이 승 희--- 저녁이 오지 않는 날 있습니다 무엇과 무엇 사이에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있습니다 허공도 바닥도 아닌 곳에서 머리를 부딪쳐 피 흘리는 날 있습니다 잠을 자도 되는지 이쯤이면 그만 죽어도 되는지 묻지 못하는 날 있습니다 날마다 자라나는 과거도 있습니다 내가 버려진 상자가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입니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가는 길---김 소 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담배---한 상 유--- 삼키는 것은 지난여름의 유향 피어오르고 또박 허약한 꽈리 깊이 스며 휘파람을 불며 가는 사내의 뒷모습 혹은 청춘을 토로하는 우울한 자양 오늘, 몇 개의 별을 그렸다 지우고 그렸다 지우고 지새는 달 전신주 위에 걸리도록 마무리할 일 없는 아쉬움 못내 아쉬워 불을 당겨 삼키는 것은 지워버린 별들을…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달밤---이 호 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나비---도 종 환--- 누가 너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으랴 네가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모습의 벌레로 살았다 할지라도 온몸에 독기를 가시처럼 품고 음습한 곳을 떠돌았을지라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너의 고통스러운 변신을 기뻐하는 것이다 네가 지금은 한 마리 작은 나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갈매기---천 상 병---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비가 와도 젖는 자는---오 규 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파도의 말---이 해 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 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호수---조 지 훈--- 장독대 위로 흰 달 솟고 새빨간 봉선화 이우는 밤 작은 호수로 가는 길에 호이 호이 휘파람 날려 보다 머리칼 하얀 옷고름 바람이 가져가고 사슴이처럼 향긋한 그림자 따라 산밑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신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살아 남은 자의 슬픔---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김광규 옮김)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운명이라는 것---천 양 희--- 파도는 하루에 70만번씩 철썩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킵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우고 한 꽃대에 3000송이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우는…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비 그치고---류 시 화--- 비 그치고 나는 당신 앞에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염소---함 순 례--- 산사태에 묻혔다가 살아 나온 염소 온몸에 진흙 뒤집어쓴 채 눈도 못 뜨고 서 있다 텃논 물꼬 본다고 큰물에 휩쓸렸다가 집채만 한 나뭇등걸 붙잡고 살아 오신 염소 물비린내 범람하는 들판을 바라보며 울지도 못 하고 떨고 있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