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5 hr. ago • 1 min read꽃과 나---정 호 승---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 봅니다hansangyou in # blurt • 1 day ago • 2 min read옮겨 앉지 않는 새---이 탄---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새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속에서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않는 한 마리의 새. 보였다 보였다 하는 새. 그 새는 이미 나뭇잎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새는 이미 나눗가지일까. 그 새는 나의 언어를 모이로 아침 해를 맞으며 산다. 옮겨 앉지 않는 새가 고독의 문에서 나를 보고 있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헛된 바람---구 명 주---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 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파란 엉겅퀴---류 시 화--- 새는 두 방향으로 난다 미지의 허공으로 그리고 저 자신 속으로 나는 두 방향으로 걸어간다 세상 속으로 그리고 나 자신 속으로 이 파란 엉겅퀴 두 방향으로 핀다 세상 속으로 그리고 자신의 파란 심연 속으로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채소밭 가에서---김 수 영---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한 승 원--- 어린 풀잎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게 두들겨 맞으며 통통 시소를 탑니다 늙은 시인은 낙하하는 빗방울들이 되어 개구장이들이 느티나무 밑동에 술래를 ㄱ자로 엎어놓고 달려들어 말뚝박기를 하듯이 통통 풀잎의 등을 탑니다 통통, 통통 어지러워하는 시인의 속내를 읽은 늙은 아내가 등 뒤에서 빈정거립니다, "당신 아직도 남자네요."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박 영 근--- 장독 뚜껑에 고여 있는 빗방울 맨드라미 붉은 꽃벼슬에도 빗방울 줄행랑을 놓던 고양이란 놈 뿔뿔뿔 다 늙은 감나무 가지에 기어올라 늘어지게 하품 하는데 검둥개는 낑낑거리며 나무 밑을 맴돌고 낙숫물 떨어지는 처마 밑엔 길 잃은 두꺼비 한 마리 언젯적 하늘인가 무지개가 활짝 선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빗방울, 빗방울---나 희 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숨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이름---이 우 걸--- 자주 먼지 털고 소중히 닦아서 가슴에 달고 있다가 저승 올 때 가져오라고 어머닌 눈감으시며 그렇게 당부하셨다 가끔 이름을 보면 어머니를 생각한다 먼지 묻은 이름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새벽에 혼자 일어나 내 이름을 써 보곤 한다 티끌처럼 가벼운 한 생을 상징하는 상처 많은, 때묻은, 이름의 비애여 천지에 너는 걸려서 거울처럼 나를 비춘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장마---목 필 균--- 굵은 비가 내린다 언제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가 지하방 창가에 흐른다 그렇지 않아도 눅눅한 방에 칠순으로 향하는 마른 육신이 고단한 몸을 담고 있는데 비는 칭얼칭얼 치마꼬리를 잡는다 온종일 고층아파트 계단 쓸어 내리던 무릎관절 오지게 부어오르는 밤을 살만한 자식들 손길 마다하고 홀로 지켜내는 유씨 할머니 낮에도 어두운 그 곳을 햇볕 속에서도 축축한 그곳을 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장마---홍 수 희--- 내리는 저 비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고통 없이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버틸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가슴에 궂은 비 내리는 날은 함께 그 궂은 비에 젖어주는 일, 내 마음에 흐르는 냇물 하나 두었더니 궂은 비 그리로 흘러 바다로 갑니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미안하다---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사랑이 돌아오는 시간---문 현 미---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뚝뚝 떨어질 듯 맑은 가락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비 오던 날비 오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여름 살려---손 준 호--- 빤주만 입은 아이들 여름 사냥 중이다 여울목에 반두 척 걸어놓고 첨벙첨벙 물고기 후치면 수초며 풀섶에 자근자근 밟힌 여름을 새빨간 양동이에 주워 담고 호박꽃 속에 앵앵거리다 풀쩍 도망치는 여름을 잠자리채 들고 뒤쫓는다 아이고야, 여름 살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고독---윤 고 영--- 왜 있잖은가 비 오는 날 창문 열어 놓으면 나무잎새에서 토닥거리는 쓸쓸함 같은 거 저녁나절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쯤에서 서녘노을 바라볼 때의 막막한 그리움 같은 거 왜 있잖은가 지금껏 걸어온 길 처연했지만 한편으론 정성 들여 갈무리 잘했다는 대견함 느끼며 위로 받고 싶은 거 생각해보면 세상 한켠에 툭 떨어진 정말로 미세한 존재일 테지만 우주 속 어디쯤 그 한 부분 지탱하는 질량 가득한 정신 있었다고 자위하고 싶은 거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무의도---한 상 유--- 이젠 섬이야. 라며 내게 강 같은 바다를 건너 다시 섬 속의 섬에 선길, 설핏 낮달이 희끗하건, 물썬 갯벌에 고깃배마다 코를 박던 다만 반건조 박대 구워 탁주 한 잔 걸치자는데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2 min read파도---이 경 림--- 내사 천날만날 내 혼자 설설 기다가 절절 끓다가 뒤로 벌렁 자빠지다가 엉덩짝이 깨지도록 엉덩방아를 찧어보다가 꾸역꾸역 다시 일어서다가 오장육부 쥐어뜯으며 해악도 부려보다가 급기야는 절벽 같은 세상 지 대가리 찧으며 대성통곡도 해 보지만 우짜겟노 남는 건 뿌연 물보라 뿐인기라 일년하고 삼백날 출렁이지 않는 날 메날이다 되것노마는 그래도 우짜다 함뿍 거짓처럼 바람자고 쨍한 햇살에 바스스 젖은 가슴 꺼내 말리는 날 있어 이 싯푸른 희망 한 둥치 놓을 길 없나니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비 오는 사람---정 호 승--- 그대 빈 들에 비 오는 사람 술도 집도 없이 배고픈 사람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 위하여 떠나가는 사람들의 옷 적시는 사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더니 빈집에 새벽부터 비 오는 사람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비의 명상---서 정 주--- 하늘은 가난한 자들의 꿈으로 잔뜩 흐린 우리들의 하늘은 나무가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해서 쓸쓸한 인생을 한 줄의 언어로 남기기에는 우울하다. 빈 웃음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가슴으로 지키고 있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나의 삶 빗속에 홀로 선 나무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꿈이 가난한 우리들에게 비는 그냥 비일 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연약한 빛을 따라 나는 나무가 되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