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3 hours ago • 1 min read가을의 시---강 은 교--- 나뭇가지 사이로 잎들이 떠나 가네 그림자 하나 눕네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정거장에는 꽃 그림자 하나 네가 나를 지우는 소리 내가 나를 지우는 소리 구름이 따라 나서네 구름의 팔에 안겨 웃는 소리 하나 소리 둘 소리 셋 무한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시월---이 문 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가을비---최 영 미--- 내 불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사나운 서른여섯 해를 잠재웠던 입맞춤 그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속삭이네, 아우성치네 환멸의 수의를 입고 내려와 주룩주룩, 밤의 창문에 엉겨붙네 사납게 휘몰아쳐 내 목을 조이는 그 빗소리, 나 못 듣겠네 미친 사랑노래가 벼락을 맞고 비틀거리네 가! 가! 저…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갈대---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가을타기---한 상 유--- 하늘 높은 돌담길 따라 갈빛 뒷모습 아스라이 차창에 기대어 나지막이 구르몽을 되뇌다 마침내 바다로 가는 기차가 서면 내어줄듯 해안선 다가서다 되돌아가는 파랑바라기 헝클어져 홀로 시월 스치는 사랑을 할까. 혹 사랑을 하더라도 시린 눈길 비껴 설렐 줄 모르는 가슴 쑥스러워 차라리 여행을 떠날까…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가는 길---김 소 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비---이 정 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놓고 다른 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사랑하게 두라---김 남 조--- 사랑하게 두십시오 더 깊이 더 오래 사랑하라 하십시오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라 하십시오 사랑하는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보상이며 사람 세상에선 사랑 이상의 가치가 없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가을 편지---이 성 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농담---이 문 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아파야 한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2 min read이 넉넉한 쓸쓸함---이 병 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 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가을의 맛---한 상 유--- 떠난 것도 보낸 것도 아닌, 다만 속에서 삭힌 눈물이 누룩이고 눈물이 술밑이고 달포에 거르지 못해 오히려 맑고 쓸쓸한 잔은 별빛, 잔울음 스민 깊고 짙은 밤그늘이 그러하듯 써.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가을---강 은 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 바람 불던 날 살짝 가 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내 속의 가을---최 영 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가을---김 현 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그립다는 것은---이 정 하---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찬란한 한나절---정 태 욱--- 벤치에 눕는다. 참나무 큰 키 소나무 높은 가지 너머 아득한 끝까지 더 깊어진 하늘을 본다. 입추 처서 지난 바람이 달린다. 푸른 호수에 발 담그던 숲이 물장구 친다. 채 썬 햇살은 소나무 잎들 위에서 수제비 뜬 햇살은 참나무 잎들 위에서 숨 가쁜 물방울들로 깔깔대는 한나절. 아 나의 삶은 찬란하구나.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가족---정 용 철--- 창밖을 보며 서 있는데 한 사람이 이리로 옵니다.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고 곧바로 우리 집으로 옵니다. 얼굴도 걸음걸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되어 늘 바쁘게 여기저기 오가지만 집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이렇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딩동!"…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가을이 묻는다---한 상 유--- 해걸음 따라 볕바른 오솔길을 걷고픈 참에 토골 어귀 못 미쳐 살- 돌아보던 건들바람 풀머리 엉클며 동무하고 송사리 노는 도랑에 잠시 앉았기로 애먼 부엉새 가자 보채는지 햇살지기 길섶은 떨기나무 주고 선선한 산밤나무 그늘로 겨르롭더니 조종천변에 어룽지는 노을 젖어 가을이 묻는다 좋아?hansangyou in # blurt • 20 days ago • 1 min read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원 태 연---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