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 hour ago • 1 min read길---박 노 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그대는 충분히 고통받아 왔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잃지 마라 믿음을 잃지 마라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3 min read물빛---마 종 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회신---오 규 원--- 거제도에서 소포로 보낸 그대의 바다를 잘 받았습니다. 무수리와 노래미의 함성, 함성이 끝난 뒤의 바다의 목소리가 무척 잘 낚인다는 그대의 바다는 우리집 마당을 남해의 바다와 바다의 목소리를 내게 합니다. 그 바다는 태아의 바다, 홀로 있는 자가 홀로 본 바다, 홀로 뒤로 물러서서 다시 본 바다의 나뭇잎입니다. 그대는…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흰 웃음소리---이 상 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 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북천 물소리가 그걸 싣고 가다가 돌멩이처럼…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2 min read세상아, 걱정하지 마라---강 민 경--- 지는 해, 차마 마주할 수 없어서 등 돌리면 발밑 그림자 길 앞에서 점점 길어지다가 희미해지고 그러다가 사라지겠지만 세상아, 걱정하지 마라 낮 동안 뜨거움에 달뜬 햇볕 알갱이 아직 다 사르지 못한 잔상은 파도타기에 홀린 사람들의 뒷덜미 움켜쥐고 아쉬워 망설이는데 세상아, 걱정하지 마라 해지면 낮달…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조개잡이---한 상 유--- 헤무른 갯길 질러야 풀등의 시간만큼 쭈그려, 시린 손 재촉하니 무심히 되뇌는 유행가 가사보다 징한 세월... 꿰맨 고무 함지에 더께져, 아린 속내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2 min read장미와 가시---김 승 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모든 요일의 여행---김 민 철---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카스텔라의 거짓말---홍 미 자--- 아프다고 생각하면 아파질 거야 심장이 뛴다는 건 마음을 읽었다는 신호지 꽃망울이 부풀 듯 이마가 뜨거워지는 순간 비명이 낭자한 꽃밭이었어 목이 꺾인 샐비어와 붉은 고백의 입술들 꽃이 아름다운 건 닥쳐올 비극 때문이지 봉숭아 핏물 진 손톱들이 첫눈을 기다리는 밤 잔혹동화가 너를 키워냈구나 환상과 상상…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뻘 같은 그리움---문 태 준---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달에 간 손---장 철 문--- 달이 베란다 가까이 와서 창 안쪽을 기웃거렸다 할매가 하늘에 떠 있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매일 지구를 도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한테 달까지 뻗을 손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선잠---박 준---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톡톡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는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소녀---한 상 유--- 종지만한 어린 속내라도 야지러져 봄바람 차며 제풀에 토라지든 나무람 타든 둔덕에 해 떨어질 텐데 여태, 빈 바구니엔 설움이 철- 철-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허락된 과식---나 희 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벅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살아 있다는 것---이 정 하---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들꽃은 저 혼자 흔들린다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 없지만 제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떨리는 게다 그래도... 들꽃은 행복했다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산길---문 현 미--- 청빛 바람 그득한 흙길을 걸으면 생각의 잎사귀들이 파파파 넓어진다 그림자가 가벼워지는 시간 영혼에 풀물이 스미는 시간 내 속의 어지러운 나, 우수수 흩어지고 파릇한 정맥에 새 길이 나는 걸 예감할 때 혼젓이 야생으로 점화되어 온몸에 속잎이 자라고 꽃이 피어 마침내 나 멀고 가까운 초록 풍경이 된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라일락---한 상 유--- 문리대 담쟁이 처마 아래 그림자 숨겨 풋잠 든, 내 콧등을 간질이던 연한 웃음소리, 잎새에 부딪다가 팔베개한 옷섶을 헤집고 들어 오글거리는 햇살과 하릴없이 흩어지는 수업 종소리 아울러 샴푸 빛깔로 터지는 스무 살 눈망울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봄비---홍 수 희--- 사랑 때문에 울고 싶은 날이다 사랑 때문에 젖은 유리창이 되고 싶은 날이다 추억상자를 조심스레 열기만 하면 스프링처럼 간단히 튀어 오를 것 같은 너의 웃음소리 오간 데 없이 꽃은 피는데 자꾸 피는데 지치도록 그리운 얼굴 때문에 하루 왼종일 빗물에 젖어 울어보고 싶은 날이다, 봄비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2 min read민들레의 영토---이 해 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5월의 그늘---김 현 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 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