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 in # blurt • 12 hour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천사의 나팔도 이제는 지친 모습이다 천사는 보이지 않고 꽃은 시들어간다 내일은 다시 천사가 찾아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나팔을 불까jjy in # blurt • 2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가을비가 내린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원에 빗줄기들끼리 밀린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간다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아직은 푸른 잎이 더 많은 단풍나무를 지나가고 돌배나무 근처 실개천을 건너기 전 잠시 멈춰서서 걸음을 맞춘다 가을볕 속에서 새옷을 지은 느티니무이파리들이 빗소리에 취해 잠이 들고 끝내 그림자를 만나지 못한 빗줄기들만…jjy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가을볕을 듬뿍 받고 있는 다육이 그날이 그날인 듯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가을이라지만 아직 단풍은 이제 시작인데 다육이는 벌써 단풍이 들었다. 저만치 작은 화분에는 빨간 다육이도 있다. 어떻게 계절을 알았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jjy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모든 일은 지나간다.오랜만에 형제들이 다 모였다. 얼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손주 결혼식도 넘기고 추석도 무사히 지냈다. 그리고 건강은 점점 호전 되면서 생신을 차리게 되었다.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얘기를 하면서 건강해진 어머니를 뵙게 되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도 오랜만에 자녀들과…jjy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벌레먹은 잎이 매달려 있다 먼 길을 같이 가 줄 바람을 만나지 못해 거미가 살다간 빈집 처마밑에서 그네를 타고 벌레가 파먹고 간 구멍으로 벌레먹은 하늘이 드나들고 있다 배춧잎 같은 하늘을 갉아먹은 구름이 배추밑둥처럼 살이오른다 좋은 글 읽고 좋은 얘기만 들은 내 귀도 군살이 붙었다 이제는 그만 털어내라고 목화송이에 앉은 가을…jjy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가을이 깊어가면서 뜨락에 코스모스도 슬프냥하게 보인다 꽃으로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나 될지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을 세고 있을 그 마음이 보인다jjy in # blurt • 7 days ago • 3 min read모른척오늘은 여유가 생겼다. 오전에 있던 수업이 오후로 미루어졌다. 언제나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위에 콩알처럼 튀어야 하는 하루가 느슨해진다.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은 여유를 갖고 싶다. 운동 끝나고 모처럼 다 모였으니 식사를 하자고 하거나 어디 한적한 곳에가서 커피라도 하자고 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 사실 내가 없다고 세상이 멈추는…jjy in #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가을은 하늘빛조차 눈물로 가득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겹눈을 달라고 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고 기도하던 밀잠자리의 눈물과 노란 꽃을 잃고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에 이제 빛은 없다고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던 산수유가 빨간 열매를 품는 날까지 비바람은 풀잎 하나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양팔을 늘어뜨리고 지쳐 돌아가는 여름에게도…jjy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요절한 작가 김유정 생가 뜨락에 핀 구절초 주인장을 닮았을까 낮은 돌담 아래로 한 발 한 발 내려온다 그는 갔어도 항기는 남아 방문객들을 맞고있다jjy in # blurt • 10 days ago • 2 min read욕심오래 만난 사람들은 서로 정이 들어 만나면 반갑고 멀리 사는 형제들보다 더 가깝게 지낸다. 그런데 유난히 찡얼거리는 사람이 있다. 특히 돈에 민감해 조금이라도 생기는 일이 아니면 나서고 싶지 않고 지명을 해도 기쁘게 오케이 하지 않는다. 반드시 무언가 주어지고 콩 반쪽이라도 득이 될 때는 결코 뒷전으로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도…jjy in # blurt • 11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 저녁을 먹으며 하는 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세 군데나 넣은 아파트 청약이 한 군데도 안 걸리고 다 미끄러져 얼마나 잘 됐는지 정말 운이 좋다고 맘 놓고 웃어도 되는지 박수라도 쳐야 하는 건 아닌지 모자라는 부모 못난 짓도 풍년이다 지상의 방 한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jjy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꽃잎이 지면서 꽃술이 씨를 기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질 때 서러워하지 않는다 늙음을 서러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생물은 오직 사람 뿐이다 인디안국화도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동글동글 씨를 품어 다음 생을 이어간다jjy in # blurt • 15 days ago • 4 min read함께 읽는 시한계령쯤이었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팔딱거리며 튀어오를 것 같은 바위 능선이 보이기 시작할 때 누군가 물었다 저 바위가 무엇처럼 보이느냐고 다들 그저 그런 말로 얼버무리는데 코인 시세 그래프처럼 보인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돈보다 보이지 않는 돈의 힘을 더 많이 믿어주고 희망을 두는 사람 하기야 믿음이란 원래 보이지…jjy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텃밭 귀퉁이에 천일홍이 피었다 멀리 보면 잘 익은 열매처럼 보이는 꽃 서리가 하얗게 내린 날 보랏빛을 잃고 서리를 닮아가면서도 끝내 허리를 굽히지 않는 까만 얼굴로 빈들을 지키는 꽃 살아 있을 때보다 더 고귀하게 보이는 꽃jjy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때가 되면사자는 새끼를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새끼만 기른다고 한다 밤도 그럴까 가시 안에 감추고 기른 밤톨을 남김 없이 떨어뜨린다 때가 되면 모두가 떠난다 계절도 철새도 사람도jjy in # blurt • 17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며칠만 피해 있으면 이 난리도 끝날테니 어서 가거라 미수가루 몇 됫박 허리춤에 차고 그믐밤 산을 넘었다 몸붙일 곳 없던 따라지에게 희끗희끗 서리가 내려 안아 본 손주는 금덩어리보다 귀했다 유아용품점에서 사온 오리 변기는 구석으로 밀려나고 500ml 우유팩이나 빈 맥주병이 변기였다 잘 생긴 고추 보는 재미에 툭하면 손주놈 소변도…jjy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날씨가 갑자기 쌀쌀해 지면서 금방이라도 서리가 내릴 것만 캍다 메리골드가 씨를 달고 새로 피는 꽃송이들이 더 많아진다 씨앗 한 톨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사람들과는 대조적이다jjy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하루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풀벌레들도 새들도 하나 둘 집을 찾고 꽃들도 향기를 닫는 시간 사람들만 밤을 밝히며 길위에 서 있다jjy in # blurt • 20 days ago • 3 min read함께 읽는 시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앉아 창밖으로 배웅을 하며 그래, 잘가! 입모양으로 듣는 인사는 다시 만나는 일이 없겠지라는 의미를 덧 씌우는 피복제였다 늦가을 아침 온 몸의 솜털이 일어서는 쓸쓸함을 두고 기차는 터널속으로 꼬리를 감추었다 가을이 가고 구석진 마음까지 헐어내는 겨울도 가고 눈 녹은 침목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새싹이 올라오고…jjy in # blurt • 22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아직 여름이 남아 있는 들길에 서서 가을을 기다리는 꽃 이토록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보랏빛이 또 있을까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은 보랏빛 벌개미취 앞에서 꽃보다 더 흔들린다 몇 번을 보아도 아득한 소녀감성을 들추고 마는 꽃이 새벽 강가에서 떨고 있다.